아내와 오랜만에 “오늘은 그냥 많이 웃고 싶다”는 마음으로 대학로를 찾았고, 그날의 선택은 로맨틱 코미디 연극 〈운빨로맨스〉였다.
극이 시작되자 운명을 철석같이 믿는 여자 점보늬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펼쳐지고, 연이은 불운 속에서 미신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그녀의 모습에 웃음과 동시에 공감이 따라왔다.
그러다 점집에서 “일주일 안에 호랑이띠 남자와 인연을 맺어야 한다”는 황당한 예언을 듣는 순간, 극장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그 예언처럼 등장한 인물은 운과 미신을 전혀 믿지 않는 이성적인 남자 제택후였다.
보늬가 사는 건물의 새 건물주로 나타난 그는 모든 것을 논리로 설명하려는 인물이라 두 사람의 만남부터가 이미 갈등의 시작이었다.
운명을 믿는 여자와 현실만 믿는 남자가 엮이면서 이야기는 빠르게 흘러간다.
보늬의 엉뚱하지만 간절한 행동들은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고, 제택후의 냉정한 반응은 그 웃음에 현실감을 더한다.
티격태격하는 장면 속에서 두 사람의 거리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단순한 코미디라 생각했던 이야기는 점점 따뜻한 감정으로 변해간다.
보늬가 왜 그렇게 운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는지, 그 마음이 드러나는 순간에는 객석도 조용해졌다.
제택후 역시 계산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정을 처음 마주하며 흔들렸다.
그 과정이 과장되지 않고 솔직해서 더 공감이 갔다.
아내와 나는 결혼 후에도 서로 다른 생각과 방식을 이해해가는 과정이 떠오르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운빨로맨스〉는 단순히 운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아니었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 그리고 선택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용히 전해준다.
마지막으로 보늬가 운보다 자신의 마음을 믿게 되는 변화가 인상 깊게 남는다.
제택후 역시 이성보다 사람을 선택하며 한 걸음 성장한다.
공연이 끝났을 때 남은 것은 큰 웃음과 함께 잔잔한 여운이었다.
데이트로 관람하기에 부담 없고, 대화거리도 자연스럽게 생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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